롯데 자이언츠가 구단 안팎으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희비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투수 전향 신화’를 쓴 나균안이 생애 첫 월간 MVP라는 영예를 안으며 에이스로서의 입지를 굳혔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불법 도박 연루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며 팀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둔 4월의 환희와 스프링캠프에서 불거진 일탈 행위의 여파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투수 전향 3년 만의 쾌거, 에이스 나균안
롯데의 ‘4월 진격’을 이끈 주역은 단연 나균안이었다. KBO는 9일, 나균안이 4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수상은 기자단 투표와 팬 투표를 합산한 결과로, 나균안은 총점 38.62점을 획득하며 NC 다이노스의 에릭 페디(35.45점)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개인 첫 월간 MVP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팬 투표에서 39만 2,071표 중 15만 4,139표(39.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부산의 새로운 심장’임을 입증했다.
나균안의 4월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선발로 등판한 5경기에서 4승을 수확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 1.34(4위)라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단순히 승리만 챙긴 것이 아니라 경기당 6이닝 이상, 총 33⅔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른 다섯 경기에서 팀이 모두 승리하며 롯데가 11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2017년 포수로 입단해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는 2020년 퓨처스리그에서 투수 전향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개명과 포지션 변경이라는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지 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것이다. 나균안은 상금 200만 원과 함께 모교인 창원신월중학교에 선수 명의로 기부금 200만 원을 전달하며 의미를 더했다.
스프링캠프를 강타한 ‘도박 스캔들’의 충격
하지만 마운드의 훈풍과 달리, 선수단 내부는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발생한 도박 파문으로 인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만 타이난에서 진행된 훈련 기간 중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 등 4명의 선수가 불법 도박장을 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구단 측은 즉각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선수들을 소환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
롯데 구단은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경위서를 제출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대만 현지 경찰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으나, 국내에서의 경찰 수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만약 수사 기관의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사태 해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번 시즌 김태형 호의 운영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시즌 후반기 12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에게 뼈아픈 전력 누수다. 주전 2루수 자원인 고승민과 1, 3루를 오가며 활약이 기대됐던 나승엽, 백업 외야수 김동혁의 이탈은 단순한 선수 공백 이상의 데미지를 남겼다. 당장 이들을 제외하고 시즌 구상을 새로 짜야 하는 김태형 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역 복귀생 한동희, ‘30홈런’은 이제 생존의 조건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발생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선은 자연스럽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한동희에게 쏠리고 있다. ‘예비역 거포’ 한동희는 전역 전 김태형 감독에게 “30홈런을 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 감독 역시 “군 입대 전보다 동작이 간결해졌다”며 그의 장타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박 스캔들로 인해 한동희의 ‘30홈런’ 공약은 단순한 목표를 넘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할 필수 과제가 되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00, 27홈런, 115타점, OPS 1.155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롯데는 그가 보여준 퓨처스리그의 파괴력을 1군 무대에서도 재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비 포지션 정리도 불가피해졌다. 2루수 공백은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한태양이, 3루는 박찬형, 김민성, 손호영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승엽이 빠진 1루수 자리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당초 나승엽을 3루수로 테스트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한동희가 1루를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