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프리뷰: 전술적 딜레마와 상처 입은 코어, 가시밭길 걷는 홍명보호

2026 북중미 월드컵 프리뷰: 전술적 딜레마와 상처 입은 코어, 가시밭길 걷는 홍명보호

아시아 지역 예선 16경기 무패, 조 2위 요르단과 승점 6점 차. 겉보기엔 나무랄 데 없이 깔끔했던 성적표지만, 막상 본선 무대를 코앞에 둔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토너먼트 진출을 향한 낙관론이 시들해진 배경에는 뼈아픈 전술적 불확실성과 주축 선수들의 폼 저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홍명보 감독은 예선 내내 포백을 고집하다 본선행이 확정된 마지막 경기 후반전에야 부랴부랴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궂은일이 다 끝난 뒤에야 등장한 이 3-4-3 포메이션은, 결국 본선을 앞두고 팀의 조직력을 다질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숙제만 남겼다. 스리백 전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준급 윙백 자원 자체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 전헨글라트바흐 소속 옌스 카스트로프의 기용 방식에 유독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는 그의 다재다능함은 북중미 무대에서 대표팀의 귀중한 조커가 될 공산이 크다.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홍 감독은 “한 가지 전술에만 의존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첫 경기 후 6일 정도의 휴식기가 주어지니 상대 전력에 맞춰 전술에 유연함을 가져가겠다”고 불안감을 잠재우려 애썼지만 찜찜함이 가시진 않는다.

전술 고민조차 사치일지 모르는 더 큰 문제는 팀의 ‘척추’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 등 스쿼드의 코어 선수들이 부상과 소속팀에서의 폼 저하, 심지어 벤치 멤버 전락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줄부상으로 대체 자원마저 씨가 마른 중앙 미드필드진의 상황은 참담할 지경이며, 황인범마저 고질적인 피지컬 문제로 시즌 내내 제 리듬을 찾지 못했다.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필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와 한 조에 묶인 상황에서 홍 감독이 “일단 32강 진출이 1차 목표고, 그 이후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한껏 몸을 낮춘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위기의 순간, 우리의 시선은 습관처럼 다시 손흥민을 향한다. 2014년 피파 월드컵에서 처음 데뷔한 이래,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실상 국가대표팀을 향한 전 국민의 기대치라는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져 왔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진귀했던 시절이었기에 그를 둘러싼 열광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는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그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때다. 33살의 나이로 미국 MLS의 LAFC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에게 잉글랜드 무대 전성기 시절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자 가혹한 처사다. 번뜩이는 재치로 혼자서 경기 흐름을 뒤집어버릴 마술 같은 기량은 여전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원하는 높은 곳까지 그가 매번 팀을 ‘하드캐리’ 해주길 바랄 순 없다.

그렇다면 공격 진영에서 손흥민의 어깨를 가벼워지게 할 조력자, 혹은 후계자는 누구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이다. 오랫동안 손흥민의 바통을 이어받을 에이스로 꼽혀왔지만, 기대만큼 잠재력이 폭발했느냐에 대해선 약간의 의문부호가 따른다. 25살, 이제는 마냥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 3번의 리그1 우승과 2024-25 시즌 챔피언스리그 빅이어까지 품에 안으며 이력서는 더없이 화려해졌지만,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작 그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그가 뛴 건 리버풀과의 16강 연장전 단 19분이 전부였다. 이번 시즌 리그 경기의 절반 가까이 선발로 나섰으면서도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는 모조리 벤치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PSG 같은 초호화 군단에서 확실한 롤 플레이어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그의 클래스를 증명하지만, 이제는 아시안컵이나 지역 예선이 아닌 월드컵이라는 진짜 무대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을 증명해내야 한다.

또 다른 대안은 황희찬이다. 손흥민이나 이강인만큼 타고난 재능이 번뜩이진 않을지언정, 특유의 저돌성과 헌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극장골로 16강행을 이끌었듯 큰 무대에서 한방을 터뜨려줄 배포도 갖췄다. 그러나 그 역시 소속팀의 상황이 처참하다. 30대에 접어든 그는 올 시즌 내내 악전고투했고, 소속팀 울버햄튼은 시즌 종료를 5경기나 남겨두고 프리미어리그 꼴찌로 강등을 확정 지었다. 이 끔찍한 시즌 동안 그는 31경기 출전(선발 19경기)에 단 3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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